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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노래 이야기/꼼수 열전

[꼼수 열전] 노래 만들 생각이면 일단 가수부터 찍어두자!

내 주변의 매우 극소수 인물들은
요즘(1년사이) 방구석의 음악이 부쩍 늘어났다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내 음악을 듣고 반응을 보내주는 사람 자체가 극소수다)

일견 맞는 이야기이지만
일견 틀린 이야기이다

방구석으로 이름 바꾼 올해 6월부터
다달이 1건씩 국내 온라인 사이트에 싱글 등록만 5건....
그리고 밴드캠프에 공개된 곡수는 10곡
스케치 버전이거나 미완성이라 아직 공개 못한 곡이 4곡
구상만 하고 있는 작업중인 곡이 1곡....
일단 이 정도 삽질을 하면 누구라도 어느정도의 실력 향상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보니 음악이 부쩍 늘었다고 하는 이야기의 어느정도는 맞지만

시시한 노래라는 필명으로 음악 할 때 없던 포스가 생겼다는
진짜 극소수의 이야기에서는
이게 '꼼수' 라고 과감하게 이야기하는 정직함을 보이려고 한다

무언가 아리송한 이야기이지만 분명 '포스'를 운운할 만큼 기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늘어난 것이 있다면

몇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내 목소리가 가진 특징을 파악했을 뿐이다
이게 **프로듀서의 능력이라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특별한 공부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니 여기서는 '꼼수'라고 표현하겠다

가장 저질스럽고 음악이 되기 어려운 보컬인 내 목소리를 예로 들어
이 꼼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도록 하자
그리하여 방구석이 만드는 음악 작법도 조금 공개한다

일단 내 목소리의 특성이 굵지 않으니 힘찬 노래와 어울리기는 쉽지 않다
 -시노 시절에 시도 했던 정의의 사도라거나 
 이제는 기억에서 조차 지우고 싶은 비상 같은 곡들은
파워보컬에게나 어울리는 곡들이었는데, 엄청 무리한 시도였던게다

음정이 잘 틀어지고 그렇다고 굵지 않다고 고음이 높은 것은 또 아니다
 -시노 시절 탕자를 모티브로 했던 '그대만 내 곁에' 같은 경우는
원래도 시원한 고음을 부르는 여자보컬을 생각하고 만든 곡이라서 나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 오히려 음정을 높이 올려야 하는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까뒤집는 방법을 써서
지르지 않고 가성으로 소리를 올려붙이는 방법으로 고음발성을 바꿨다
 이런 예제는 밴드캠프에 공개해 놓은 '부모가 되어서'를 들어보면 극명하다

노래 자체가 음역이 좁고 음색에 힘이 없다면 읇조리는 스타일을 가져가보자
 - 이렇게 나온 것의 결정판이 '깡소주'이다
뭐, 엄청나게 잘했다 라는 느낌은 아직도 없고
풀렝쓰 만들겠다고 다시 들어보니 오글거리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쉽고 만만하게 들리는 보컬의 노래가 주는 친숙함 하나만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읇조리는 스타일을 끌고 가려면 아무래도 가사가 힘을 가져야 한다
(노래에서 터지는 부분은 기대하기 어려우니까 가사라도 좋아야 한다는 말이다)
 - 가장 큰 변화의 시점은 '그때는 왜 몰랐을까'의 가사에서 부터 온것이다
 노래의 스타일에 따라 가사는 그때 그때 바뀌는게 정석인데, 읇조리는 스타일에는
생활친화적인 가사가 붙어줘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 또 예를 들지만 나와는 좀 먼 애절한 사랑 이야기인 '그대만 내 곁에' 라거나
 어울리지도 않는 응원가 같은 가사를 차용했던 '비상' 같은 경우가
제대로 피를 본 케이스이다



다수의 대중음악가들을 상대로 곡을 팔아야 하는 전문 프로듀서가 아닌 이상에는
대부분 이 블로그에서 음악에 대한 지식을 쌓을 사람은
자신의 취미에 맞추어 음악 만들고 노래 부를 사람들인지라
자기(혹은 지속적으로 같이 하게 될 보컬)목소리를 가장 잘 파악하는 것이
좋은 곡을 만드는 지름길이자 최고의 비급임을 명심하자!



**
아까 가수 목소리에 맞춰 노래를 주는 것이 프로듀서의 역량이라기 보다
꼼수라고 이야기 했지만
진짜 제대로 된 능력 좋은 프로듀서라면
가수에게 조금 언발란스 해보이는 곡을 두고 어떻게 맞춰서
그 가수에게 맞는 옷으로 리폼해주는 능력자쯤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에 발표된 가인의 신보 '돌이킬 수 없는'을 들어보면
탱고와 가인이 주는 시너지가 대박이다)

그리하여 목소리에 맞춰서 곡을 선정하고 구상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프로듀서들이 쓰는 꼼수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