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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잡Sound] 안으로 침전하는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은데

원래 난 음악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극소수의 
내 음반을 받아서 내가 적어놓은 글들을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피아노 같은 녀석은 소싯적에 3년동안 가르침을 받았건만 바이엘 하권을 넘어가지 못하고
결국에는 파문당했다(불성실한 것이 아니라 소질이 없었다)

기타는 고등학교때 그림을 그릴 무렵에는
왼손잡이 기타를 생각 없이 그리질 않나
세상에 존재하려나 모를 5줄 짜리 기타(베이스 말고 기타!)를 그렸다

그렇다
나의 음악은 상당히 늦되었고
게다가 소질은 지질나게 없었다
지금의 내 음악도 들어보면 음악적 밑천은 전혀 없다
게다가 지금은 노력도 안한다

엔지니어 스킬을 먼저 습득한 것이 독이다!! 
노력하지 않고 어느정도의 표현을 만드는 방법을 이미 알아 버린 것이다
녹음실에서 만났던 실력이 좀 딸렸던 진상 고객님들을 보정해주다 보니 말이다

그럼에도 지향하는 음악적인 방향이라는 것은 몇 가지 존재하는데
처음에 지향했던 바는 다음과 같았다

1. 상투적인 사랑노래는 안만들겠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진짜 객기일 뿐이다
사랑노래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어차피 표현력이 받쳐주지 않는 것을

2. 그래도 대중적인 노래를 만들겠다
그래서 내 생활에 대한 가사를 촘촘히 박아 넣었다
초기 음악들을 들어보면 가사가 30대 배나온 셀러리맨을 노래한다거나..
문제는 우리나라 드라마며 음악이며 영화 전반에 걸쳐 있는 '상투적인 사랑'을 빼고
대중적인 무언가 만드는게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라는 문제를 만나서
그래서 억지로 쥐어 짜낸 가사들이었는데.....역시나 그냥 객기의 발현일 뿐이라고 본다

3. 좀 웃긴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것도 결국 내가 쓸 수 있는 장치는 가사와 인트로, 몇 몇 효과 뿐이었지만
그래도 웃자고 만든 음악들은 내 나름 웃겼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이런 면에서 나에게 있어서 음악적 멘토는 '불별쏘' 다
그들의 음악은 생활과 내밀하게 붙어 있는 듯 아닌 듯 보이면서
진지함이 빠진 듯 한 웃음을 주는데 알고 보면 참 진지하다
 - 요즘은 '왕순대' 추가

4. 한 곡 안에 변화무쌍 웅장한 무언가는 꼭 해보고 싶다
이건 지금까지도 이룩하지 못한 나의 숙제이고 음악적 기량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박정현의 '꿈에' 같은 한 곡 안에서 몇번의 전조가 일어나고 쥐락 펴락하는 음악을 들으면
오금이 저리고 소름이 돋아서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듣게 되는데
이런 종류의 음악은 실력이 없으면 절대 나오지 않는다 ㅡㅡ;;;;
한번 했다가 완전히 말아 먹은 흑역사가 존재하는데 여기다 밝히면 매장당할 것 같아서
그냥....그런 것이 있다
대신 이런 저런 잡다한 장르를 오가면서 곡들을 짜고 있는다
그런 의미에서 뽀로로의 1기 2기 오프닝 주제곡도 상당히 멋진 틀을 갖고 있다고 본다
특히 2기....(진담이다)


정도의 방향성을 갖고 음악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저런 방향성으로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자연스럽게도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위주로 음악이 구성되었다
이건 기독교 음악부터 음악을 배운 탓이라고 본다

어찌 되었든 장황한 서론을 뒤로 하고
말하고자 하는 내 음악의 특징......
내 음악의 방향성은 안에서 바깥으로 퍼져 가는 것이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내 안으로 들어가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인디아의 명상음악이니 시타르에 향불 피우는 그런 음악 말고...
엇그제 weiv에 올라온 이아립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자작곡임에도 불구하고 '10년간 나를 감싸줬던 음악' 이라는 표현을 쓰더라
나에게도 그런 곡이 있었으면 한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위로라거나,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내 음악 같은 것....

예전 부터 생각해 두었던 모티브였는데 아직도 구체적인 것이 전혀 없는

흉칙한 괴물을 내가 감싸 안아줬을 때 그게 내가 되어 내 품에서 운다는 이야기
(이건 몇~~~년 전에 교회의 한 권사님이 나누어 준 이야기다)
슬 슬 꺼내 볼 수 있는 타이밍은 된 거 같다